다시, 생명
개미마을에서 출발해 인왕산을 오르는 길.
등산로 중간에.. 작년 봄,
막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들이 만발할 무렵
산불 피해를 입어
잔해만 남은
검은 나무들의 숲을 지나게 됐다.
시커멓게 그을린 소나무 둥치마다
작은 아기 소나무들이 빽빽이 돋아나고 있었다.
비바람에 꺾여도, 화마에 휩쓸려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연은 주저앉는 법 없이 자기 길을 간다.
봄이었다.
타다 남은 나뭇가지에도, 검은 땅에도
다시, 생명이었다.
by momo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