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ee in winter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에서
삐죽삐죽 새순이, 봄꽃이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온통 꽃 천지로 물들이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80대 농부의 주름진 손등처럼 거뭇하고 거친
나뭇가지의 어느 수맥 안에
저토록 보드랍고 어여쁜 것들이 숨어있었을까
생각한다.

돌고 도는 세상사를 생각하면
봄이 오고 꽃이 피는 일들이
별스러울 것도 없는 당연지사겠지만

단단한 땅을 밀어 올리고 피어난 제비꽃을
뻣뻣한 나뭇가지를 뚫고 움튼
연하디연한 잎사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세상엔 온통, 마법 아닌 일이 없네…

by momocci